집값 급락에…재건축 서두르는 후발주자들

입력 2023-01-20 15:54   수정 2023-01-27 18:53


정부가 주택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문턱을 대폭 낮추면서 뒤늦게 재건축 사업에 뛰어드는 노후 단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아직 재건축 판정을 받지 못한 노후 단지의 가격이 급락하고 있어서다. 재건축 추진이 늦은 단지를 중심으로 급매가 나오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도 예전과 달리 가격 상승의 호재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수서·응봉 등 안전진단 절차 속도전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수서동 신동아는 최근 강남구의 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를 통과했다. 1992년 준공한 이 단지는 1162가구 규모다. 2021년부터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재건축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며 안전진단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12월 예비안전진단 신청을 위한 동의율 10%를 달성하면서 곧장 안전진단을 신청했고 1개월여 만에 첫 절차를 마쳤다. 재건축의 첫 고비를 넘기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최근 가파르게 떨어졌던 매매 가격의 하락 폭이 작아질 것이란 기대도 나타나고 있다. 수서 신동아 전용 39㎡는 지난달 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같은 면적대가 10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0억원 선이 무너진 셈이다. 지난해 4월 13억원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더 크다.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한 서울 성동구 응봉동 대림1차 역시 지난주 1차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다. 이미 재건축 사업을 시작한 인근 단지와 달리 이제 안전진단 절차를 진행 중인 대림1차는 지난해 11월 전용 75㎡가 9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는 등 하락 거래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같은 면적대가 13억85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0% 가까이 하락했다. 하지만 최근 재건축 기대감을 갖고 매물을 거둬들인 집주인도 나타나고 있다. 대림1차 주민은 “입주민 사이에서 하락 거래로 인한 불안이 적지 않았다”면서도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는 것을 보면서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안도하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더 이상 ‘호재’ 아닌 재건축
서울 내에서도 뒤늦게 재건축에 나서는 노후 단지는 하락 거래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상당수 노후 단지가 재건축 판정을 받으면서 더 이상 안전진단 통과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금리 인상과 공사비 상승으로 재건축 사업의 전망이 밝지 않아 가격 하락 폭은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 20년을 초과한 아파트의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96.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1월 매매가격지수가 105.1에 달했던 것에 비해 8.9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16일 95.2를 기록해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재건축 단지가 모여 있는 지역에서는 안전진단을 끝마치지 못한 단지의 하락 폭이 크다. 최근 무더기 안전진단 통과가 이뤄진 서울 노원구 월계 시영(미성·미륭·삼호3차)은 지난 13일 전용 33㎡가 4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2월 직전 거래가(6억5500만원)보다 1억6000만원 빠졌다. 인근 월계 삼호4차 역시 전용 59㎡가 5억7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직전 거래인 2021년 11월(8억3200만원)보다 2억6200만원 떨어졌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가 모여 있는 노원 등은 자칫 재건축 순번표를 받아 착공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속도가 늦은 단지에서 급매가 더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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